최근 한국선주협회에서는 국제회계기준(IFRS) 시행에 따른 관련 회의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이러한 현안에 대해 선주협회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익명의 해운업계 인사가 관련 글을 보내왔다. 큰 수정없이 전문을 게재한다.(편집자)
회비를 내는 선사가 다 망하기 전에 선주협회가 망할 일은 없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엄청난 아픔을 주었던 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대한민국경제가 부도난 날을 어찌 잊지 못한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나 2010년대에 벌어졌던 한국해운의 사정은 어떠했나.
엄청난 물류 대란을 일으키고 부도를 내면서 파산한 국내 최대의 한진해운,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부도를 내고 하림그룹에 M&A 돼서 넘어가고, 국내 최대의 전용선사인 대한해운의 부도를 내고 M&A 돼서 SM그룹에 넘어가고, 작금의 SK해운이 매각진행된다는 소식...
엄청난 국민혈세를 투입해야하는 현대상선, 제대로 된 대응 한번 못해보고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 수많은 중소 해운사들…
그로 인해 기존의 주인은 망하고 새로운 주인으로 바뀌고, 많은 임직원들이 책임을 지고 직장도 잃고,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쳤던 한국해운의 위험은 지금 현재에도 끝나지 않았고 진행중이고 쉽사리 끝날 거 같지도 않을 것같아 걱정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국의 선사들이 출혈하면서 지키고 있는 선주협회는 부도의 위험이 없을 뿐더러 여의도에 사옥을 가진 나름대로의 탄탄한 재무주조를 자랑하고 있고 따라서 부도의 위험은 전혀 없다.
국내 선사와 선주들은 한국선주협회에 가입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고, 회원사로서 부담해야 하는 회비납부의 의무를 지고 있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즉 한국선주협회 회원사로 유지되지 않으면 선사로서 유지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해운회사들, 회원사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해운업계을 위해서는 많은 일들을 해야 하는 한국선주협회가 재무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어야 제대로 일을 할 것 아니냐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제대로 일을 하는 선주협회라면 선사들이, 회원사들이 출혈을 해서 계속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전세계의 해운사들이 사상 초유의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 있는 것은 모두가 아는 내용으로 해운 경영환경이 나날이 고도화되고 전문화되어 가면서 해운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예전보다는 훨씬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
해운사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고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선주협회도 이전보다 훨씬 전문화되고 고도화되어야만 이러한 어려움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선주협회의 집행임원을 포함한 임직원들과 업무를 처리하는 절차와 시스템 모두 그렇게 되어야 흐름에 따라갈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어려움 속에서 회원사들이 출혈하면서 지키고 있는 선주협회는 그러한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해운경영 위험에 노출된 선사들이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느끼고 또는 선주협회의 역할에 아쉬움을 가지고 협회를 찾는다.
선사들이 당면한 어려움과 대응의 필요성을 1-2 시간 열심히 설명한다. 그런데 알아듣지 못한다.
협회 임원과 직원의 개인역량 부족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성이 부족해서이고 해보거나 경험해보지 않은 일들이기 때문이다.
협회가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이나 방식은 잘 안다.
하지만 해운을 둘러싼 시대와 환경이 얼마나 바뀌었는가.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업무나 새로이 나타난 문제는 잘 모른다.
회원사 임직원들이 협회에 모여서 열심히 설명해준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니까.
그러나 회원사들은 선주협회를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선주협회 임직원이 잘 이해를 못하는데, 임직원을 총괄하는 총수는 보고를 제대로 받고 이해하겠는가?
"전문성 부재로 소통안되고 오로지 용역으로"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협회 임직원에 전문가들이 없다. 전문가 영입도 하지 않는다.
한국해운업계에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전문성을 올릴 생각도 하지 않는가. 잘 모르는 일들은 피하려고 하고 용역이나 맡기려고 한다.
예전부터 해왔던 일만 하고 선사들 심부름만 한다면 생각한다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선사들의 일반적인 구조를 잠깐 보자.
공무와 해무를 얘기하는 기술파트는 선박관리회사를 계열사로 두거나 해사본부라는 명칭으로 있다. 대부분 현장(선박)과 가까운 부산에 있다.
국내의 선박관리의 수준은 많은 발전을 이루어 그 실력을 인정받는다.
그 외, 현대 해운경영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들과 새로운 차원의 문제와 요구사항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전문화시키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 시행에 따른 회계분야 세무 및 관세 분야, 선박금융, 자금시장, 해운영업, 해운기획 등등이 그것이다.
선사들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 그리고 새로운 요구사항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문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고 교육을 계속하고 있지만, 협회가 선사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의 얘기를 대충 알아듣는 수준에서는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선주협회는 선사들의 권익을 위해 정부부처를 포함한 기관들과도 정책수립을 위한 노력과 불합리한 법과 제도도 개선하는 일도 해야 하는데 현재의 수준으로 일이 제대로 진행되겠는가? 선사 사람들만 답답하다. 안면으로 일을 해서 될 게 아니다.
"선사들이 협회를 甲으로 모셔"
선주협회가 부도가 날 일은 현재 없다.
현재의 선주협회 임원들은 잘릴 일도 없다. 해운사들이 부도가 나면 임원들이 바뀌겠지만. 선주협회는 그럴 일이 없다.
선주협회는 선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존재의 이유가 있도록 일을 하여야 하는데 협회는 회원사들에게 회비를 부과하고 해야 할 바는 제대로 안해도 된다면 선주협회는 선사들이 모시는 갑이 아닌가 싶다.
선주협회가 회원사들에 비해 갑이라는 얘기가 종종 들리는 거 보면 그런 이유에서인가 보다.
만약 선주협회가 회원사들에게 강제적으로 회비를 받지 않고, 선주협회가 회원사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과 성과에 대해서 평가를 받아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면, 또는 경쟁을 해야만 하는 시장경제 상황에 있다면 현재와 같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부도날 수 있다! 그런 일이 발생 안될 거니까 안해도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무한 경쟁과 생존경쟁에 전선에서 고생하는 회원사들이 빨려주니까 경쟁 없고 제대로 안해도 되는 것이다. 하던 대로만 하고.
이것이 해운업계가 바라는 한국선주협회인가?
고정된 사고방식으로 변화를 거부하고, 이대로가 제일 좋다라고 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차적인 책임은 선주협회의 주인인 선사들, 회원사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주인이 주인답지 않았던 것이다. 장기불황으로 자기코가 석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선주협회의 달라지지 않는 스스로의 책임이 더해진다. 집행임원들의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다.
임원으로 선임되었던 초기에 선주협회의 개혁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하지만 선주협회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조직을 개혁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양계 대학교 출신의 기술파트 전문가는 이전과 같이 필요하겠지만, 이제는 회계분야 세무 및 관세 분야, 선박금융, 자금시장, 해운영업, 해운기획 등등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