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와 범한판토스 등 재벌 물류자회사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돼 다음주 20일경 국회의 관련 상임위인 농해수위에서 본회의 상정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지만, 사실상 재벌들의 조직적인 반발로 상임위 통과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재벌 물류자회사(2자물류)의 해운업(3자물류) 금지하자는 게 법안의 핵심내용으로, 정유섭(자유한국당)·정인화(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월과 6월 해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의 특징은 재벌 물류자회사들이 2자물류 규제를 피하기위해 3자 물류 사업에 적극 진출하면서 해운업계가 망가졌다는 것으로 "그럴 바엔 차라리 내부물량만 처리하게 하자"는 해운업계의 고육지책을 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언론들의 관련기사들은 재발 물류자회사들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황당법안이다", "해운사만 배불리고, 외국계 물류사들만 배불린다"는 내용을 주장하면서 법안폐기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이 법안의 "재벌들 물량만 처리하게하자"는 내용은 기존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30% 축소 방침에 어긋나고, 내부 거래비중이 약하고 사실상 3자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과 (주)한진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는 다소 억지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 법안에 제동을 거는 내용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외면하고 있다.

 

3자 물류 재벌의 경영권 승계 수단 지적에는 눈감아 

 

재벌들의 물류자회사들이 3자 물류에 진출한 가장 큰 이유는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 공정위의 규제를 피하고, 자식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다. 내부 거래나 통행세를 통해 상속과 경영권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ㅏ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고, 이같은 지적은 어에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아예 알려고도 하지않고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보면 그 답이 명확하게 나온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회장과 정의선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배당으로 가져간 돈만 2,316억원에 달하고, 지분율을 낮추기위해(지분율을 30%이하로 낮춰 공정위 규제를 피하기 위해) 2015년 주식매각으로 1조 1,576억원을 챙겼다. 이 둘은 합치면 노력없이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일가가 가져간 배당금만 1조 3,892억원에 달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상장한 2005년 당시 정몽구회장은 52억 7,277만원, 정의선부회장은 59억 7,723억원 투자했다. 배당과 주식매각으로 가져간 돈은 투자액대비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현재도 30% 정도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갖고 있는 정의선부회장은 매년 일하지 않고 연간 260억이상을 배당받아가는 구조다.

 

재벌물류자회사를 규제하자는 것의 배경의 바로 이것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도 자본주의 시각에서는 황당하다. 이것이 황당하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이 황당하다고밖에 볼 수없고, 엄밀하게 따지면 재벌의 3자물류 규제법안은 골목상권을 지켜주는 것과 유사하다. 

 

한진해운이 망하게된 것은 사주였던 조양호 대한항공회장의 무책임함과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당시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금융위원회 등으로, 금융논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진해운을 해운산업측면에서 고려했다면 결코 망하게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개별 회사로만 취급하면서 살리지않고 도산으로 몰고갔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재벌들의 해운업 진출 규제도 비슷한 것이다. 해운선사들이 배를 불리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재벌들이 엄청난 자체물량과 재벌의 우월한 신용등급으로 해운업에 진출하면서 재벌보다 열위에 있는 순수 3자물류업체인 해운기업들이 더 망가지고 있어 더 망가지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거대한 물량이 많은 재벌 물류자회사가 갑질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재벌 물류자회사 규제 해운산업 측면에서 바라봐야

 

정부의 3자물류 정책도 왜곡하고 있다. 정부의 3자물류 육성정책은 2자 물류업체의 3자 물류 진출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순수 3자 물류기업들을 육하자는 것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재벌 물류기업들이 일감을 싹쓸이하면서 3자물류업체들이 발전하지 못한데서 이런 정책이 나온 것이다.

 

한국선주협회도 재벌 물류업체의 폐단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이번 법안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유사한 법안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야할 때이다. 해양수산부도 다른 부처가 반대하니 우리도 어쩔수없이 반대한다는

무책임한  입장에서 벗어나 재벌 물류자회사들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업계와 공동으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또한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 등이 '통행세' 통해 돈을 벌수 있고, 규제가 없는데도 물류자회사를 만들지 않는 이유를 재벌들도 알아야한다. 법이전에 스스로 다른 산업을 감안하는 진보된 인식을 가져야만 재벌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임을 명심해야한다.